얼마 전에 데워 놓은 냄비뚜껑이 열리지 않아 난감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데워 놓은 국을 먹을 수가 없어서 어찌나 답답하던지,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실 누군가에게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시중 식당에서 갈비탕을 사 와서 집에서 냄비에 옮겨 재 조리하여 먹으려고 하는데,
황당하게도 냄비 뚜껑이 열리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냄비의 본체와 뚜껑이 딱 맞아서 냄비 속의 열과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수봉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수봉현상이란 냄비에 재료를 넣어 열을 가하면 냄비 속의 수분으로 뚜껑에 맞물린 부분에 수증기막이 만들어져서 냄비 속의 수분과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냄비의 뚜껑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어서
그때는 다시 낮은 불로 1~2분 정도 냄비에 열을 가해서 따뜻해졌을 때 뚜껑을 열면 곧 잘 열리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냄비에 열을 가해서 뚜껑을 열어보려고 하니 꿈쩍도 하지 않고,
냄비 뚜껑과 몸체의 연결 부분 사이에 끝이 날카로운 칼끝을 비집고 넣어 공기가 들어가면 열리겠지 싶어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좀처럼, 어떻게 해도 열리 않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면서 반드시 뚜껑을 열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이 생기는 겁니다.
이제부터 말없는 냄비와 인간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뚜껑이 닫힌 채로 냄비뚜껑의 숨구멍을 테이프로 붙인 다음 냄비를 거꾸로 뒤집어 봤는데도 안에 있는 내용물이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더라고요.
아주 단단히 잠겨진 겁니다.
갈비탕 국물이요!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에 찬물과 뜨거운 물에 번갈아 가며 냄비를 담갔다가 뺐다가 해도 뚜껑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고무장갑을 이용해 있는 힘을 다해봐도 역시 수봉현상은 대단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도구의 힘을 써보기로 결정합니다.
물론 냄비 안의 국물은 이제 어느 정도 포기를 합니다.
그래야 도구의 힘을 완전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창고에 넣어둔 공구함을 뒤집니다.
뺀치, 납작 드라이버를 꺼내 시도해 봤지만 냄비뚜껑에 자국만 남기고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실패의 경험과 반드시 뚜껑을 열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에,
못 박을 때 사용하는 손망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저의 생각은 " 냄비도 맞으면(순간 강한 힘을 받으면) 별 수 없겠지 " 싶었습니다.
다만, 망치를 선택한 순간 스텐냄비와 뚜껑이 구겨지면(재산 손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또 생각합니다.
물에 젖은 덥수룩한 행주가 눈에 들어옵니다.
망설임 없이 행주를 냄비와 뚜껑이 맞물린 쪽에 대어 보니 아주 적격입니다.
이제 시도합니다.
먼저, 냄비뚜껑과 본체가 맞물린 옆모서리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냄비를 옆으로 눕힌 후,
덥수룩한 행주를 모서리에 대고 손망치로 일격을 가합니다!
이때, 재산적인 손해를 염려하여 망설이지 말고 단번에 힘을 가해야 합니다.
저는 몇 번 망설였더니 역시나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과격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고집스럽게 안 열리던 뚜껑이 순간 허무할 정도로 쉽게 열렸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포기했던 냄비 안의 갈비탕 국물이 아주 급하게 쏟아집니다.
냄비 안의 갈비탕 국물까지는 지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속이 다 후련합니다.
말 못 하는 사물이 때로는 점잖은 방법보다, 단순하면서 과격한 방법이 통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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